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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론적인 연출가예요. 때에 따라 신박한 작품도 하지만, 텍스트에 기반한 작품을 만들어요. 원본에 충실해 해석하고, 그것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무대화하는 거예요.”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본업으로 돌아왔다. 셰익스피어 이후 영국 최고의 극작가로 불리는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1923년 발표한 ‘세인트 조앤·사진’을 2022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연극 ‘세인트 조앤’(10월 5일~30일·국립극단)은 영국과의 백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의 이야기다. 정치와 종교가 타락한 시대를 살아간 조앤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담는다. 이 작품은 버나드 쇼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2020년 9월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3년 만에 연출하는 작품에 대해 김 감독은 “방대한 스케일과 내용의 작품이라 꼭 도전해보고 싶은 숨겨둔 카드였다”고 말했다. 작품은 앞서 196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했다. 무려 59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두 번째 무대다.김 감독은 “영웅 잔 다르크가 아닌 인간 잔 다르크의 모습에 집중했다”며 “한 인간이 가진 확신과 신념, 그 신념의 가치관이 어떻게 좌절되고 오도되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이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시간 40분 짜리 원작은 “2시간 40분 정도로 압축”의 과정을 거쳤다. 그는 “이 작품은 리얼리즘 연극이라 대사만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버나드쇼의 작품은 워낙에 말이 많다. 하나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말이 엄청나게 많아,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하고 원작의 줄기를 따라갔어요.”작품의 두 주역인 조앤과 샤를 7세엔 백은혜 이승주를 캐스팅했다. 김 감독은 “백은혜는 강인한 인물을 형상화하는 강점이 있다”며 “소녀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모습이 공존해 캐스팅을 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이승주는 인연이 깊다. 그는 이승주에 대해 “꽤 많은 작품을 함께 했는데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배우”라고 했다. 3년 만의 연출로 돌아온 김 감독의 신작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김 감독의 취임 이후 국립극단은 장애, 기후위기 등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실험작들을 선보였다. 메시지와는 달리 일부 작품은 어려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그 바통을 내가 이어받아 굉장한 부담이고, 모든 공은 나에게 넘어왔다”고 말하며 웃었다.연극은 100여년 전 고전을 ‘동시대의 이야기’로 치환한다. 정치와 종교가 타락한 시대를 살아낸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화두를 꺼낸다. “한 인간이나 절대다수가 가진 삶의 목표라는 자기 신념이 있어요. 그 신념이나 가치관이 사회구조나 타인에 의해 배제되고 짓밟히고, 갈등을 겪으며, 가치가 전도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돼요. 인간 사회의 다양한 면은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