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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고 문유식님 유가족 문혜연님


ⓒ 김용균재단




"우리 아빠는 시멘트 위에서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죽었는데, (책임자가) 낮은 처벌을 받게 되면 아빠의 죽음이 너무 허망하고 초라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라도 해야겠구나. 유가족이 왜 길거리에 나 등기부등본 오는지 알게 됐어요."

수원에 사는 혜연씨는 매일 아침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향한다. 지난 2024년 12월 23일부터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중 처벌. 안전한 일터'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혜연씨의 아버지 문유식님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미장공이었다. 평소처럼 장비를 챙겨 집을 나 국내산한우고기 섰던 2024년 1월 22일, 문유식님은 이동식 비계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오늘 버텨줘서 고마워. 내일도 조금만 버텨줘. 내 옆에 더 있어 줘." 혜연씨의 간절한 바람에도 아버지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29일 사망했다.
처음에는 눈물을 쏟으며 슬픔에 젖어있던 혜연씨는 곧 정신을 차려야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억울한 죽음이 고려저축은행다이렉트론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자녀로서 도리라고 생각했다. "제가 아빠랑 똑같이 생겼어요. 밥을 같이 먹으면 한참 쳐다봐요. 자기랑 똑같은 여자아이가 있으니까. 예뻐하시는 게 눈으로 보였죠. 아버지의 사랑을 깊고 넓게 받아서,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슬퍼만 하면 안 되겠다, 이제는 내가 보호자로서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죠."
하지만 산업재해에 대해 서평이벤트진행 서 잘 몰랐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친구를 통해 김용균재단의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을 위한 안내서'를 받았다. 안내서를 통해 사고조사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회사의 주장만 담길 수도 있다는 걸, 재판까지의 과정에서 유가족이 배제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혜연씨는 경찰,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 대출자격조건 기 시작했다. 산재 전문 변호사를 소개받고 함께 고용노동부에 갔을 때, 그제야 사고 원인을 알게 되었다.

안전조치 없어 발생한 사고, 회사는 뒤에서 증거 조작










▲  비계가 설치됐던 사고 장소 사진


ⓒ 인우종합건설 유가족 문혜연님




"사진을 보니까 바닥이 평평하지 않았어요. 바퀴가 있는데 다 녹슬어서, 저게 안 굴러갔을까 싶은 정도더라고요. 안전모는 지급조차 안 했다고 하고요. 명백히 회사의 잘못인데, 왜 아무 말도 없지? 화가 나더라고요."

그전까지 인우종합건설은 문자로 유감을 표했을 뿐, 문유식님이 입원 중일 때 병원에 찾아와 사과하거나 사고가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혜연씨는 인우종합건설에 '제대로 된 사과, 사고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A4용지 한 장으로 답했다. '한파, 추위로 인한 낙상 또는 넘어짐.'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고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았던 회사의 잘못은 한 줄도 적혀있지 않았다.
인우종합건설은 오히려 뒤에서 증거를 조작하려 했다.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안전모를 지급했고 안전교육을 실시했다는 서명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와 30년간 같이 일한 동료에게 '안전모를 받았는데 안 썼다고 해달라.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혼자 벗고 올라간 거라고 해라. (임금이 다르니까) 미장공이 아니라 보조공으로 일했다고 해달라' 했더라고요. 동료분도 종이 내밀길래 그냥 사인했는데, 안전모와 안전교육 관련 서류인 걸 뒤늦게 알았대요." 심지어 증거를 조작하던 이때는 문유식님이 아직 세상을 떠나기 전이었다. 결국 회사는 지난 1심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는데, 혜연씨는 회사가 반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동료가 진술하지 않을 거고, 유가족한테 증거가 있으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피해자와 유가족이 없는 산재 사건처리
인우종합건설의 반성 없는 태도와 함께 혜연씨를 힘들게 한 건 또 있었다. 문유식님이 사망하자마자 중부경찰서에서 담당 형사가 찾아왔다. 그는 조사해야 한다며 아버지를 잃어 괴로워하는 유가족을 곧장 데리고 갔다. 혜연씨는 '아버지가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례한 태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가족의 의사에 반해 부검을 강행하기도 했다. "다친 사람에게 칼을 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해야 하는 거라고 했어요. '부검이 트렌드'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안 하고 싶다고 하니까 철회 안 된다고 화내고요." 조사를 나중에 받아도 된다는 것, 부검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도 이후에 알게 되었다. 형사도, 누구도 혜연씨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검 결과를 포함해 모든 정보가 가족들에게 공유되지도 않았다. 혹시나 아버지의 과실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산업재해 조사 결과를 받고 싶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수사 중인 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말로 유가족의 알권리는 쉽게 지워졌다. 신문고에 글도 쓰고, 정보공개 청구도 하고, 재판 기록 열람·복사 신청도 했지만, 결국 무엇도 받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인우종합건설, 수사기관, 법원만 있고 아버지는 없는 느낌이에요." 피해자와 유가족이 배제된 사건 처리에 혜연씨는 또다시 눈물지었다. 그래도 끝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주에도 자필 탄원서를 썼다.

먼저 아픔을 겪은 유가족이 잡아준 손










▲  2024년 12월 10일 진행한 인우종합건설 1심 공판, 진상규명 및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 함께하고 있는 산업재해 유가족들


ⓒ 김용균재단




사실 혜연씨는 모든 일이 낯설었다. 피켓을 만드는 것도, 기자회견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다 처음이었다. 혜연씨에게 무엇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일러준 건 다른 유가족들이었다.

"1년, 2년, 5년… 먼저 아픔을 겪고 싸워오면서 알게 된 모든 걸 아낌없이 나눠주셨어요. 실수해 가면서 본인이 알게 된 걸 텐데. 너는 우리처럼 고생하지 마. 그런 마음으로 나눠주신 게 큰 도움이 됐죠. 너무 감사하고 또 이전에는 잘 몰랐던 게 죄송하기도 해요."
유가족들이 내민 손길은 혜연씨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 3교대 근무라 한 사람이 빠지면 힘들어지는데도 아버지 사건 해결하고 오라고 먼저 휴직을 권유해 준 간호사 동료들, 1인 시위와 기자회견에 찾아오는 사람들, 탄원서에 함께해 준 2만 6000명의 시민들도 있었다. "그래도 따뜻한 분들이 계시니까 희망을 잃지 않고 안전한 세상, 안전한 일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곧 문유식님 1주기가 다가온다. 그리고 1월 23일 인우종합건설과 현장소장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되어 인우종합건설 대표는 책임을 피했고, 검찰은 인우종합건설과 현장소장에게 각각 벌금 2000만 원과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혜연씨는 제대로 처벌해서 위험한 현장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법원 앞에 선다.
"고층 건물이 정말 많잖아요. 지금까지 건설 현장에서 죽은 사람 시신을 쌓으면 저것보다 높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요. 단순히 판결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억울한 죽음을 마주하지 않도록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