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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 말을 않는 것처럼 약간 담당유규철 극지연구소 연구원이 2019년 장보고기지 월동대장을 지낼 당시 기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본인 제공brbr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채소 없는 남극 기지서 콩나물 길러 식탁 책임쇄빙선 타고 해저 퇴적물 채취…과거 환경 연구“소설가와 비슷하게,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일”‘기후 전쟁’인데…예산 삭감으로 극지 연구 축소
극지연구소가 있는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역에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극지연구소를 디에스엘알(DSL 햇살론 문의 R) 카메라로 찍고 있는 남자 둘이었다. 과학 덕후거나 해양 덕후로 보이는 두 남자는 상당히 엄숙한 얼굴로 허허벌판에 있는 극지연구소를 담고 있었다. 이날도 매우 뜨거웠는데 말이다. 내가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이 극지 연구원이라는 걸 알면 따라가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촬영 삼매경인 그들을 지나쳐 길을 건넜다.
1987년 한 신한 스마트 적금 국해양연구소 산하에 극지연구실이 설립되었고, 2004년에는 독립 기관으로 승격되어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만들어졌다. 현재 이곳에서는 박사급 연구원 110명 정도를 포함해 총 420명 정도가 근무한다. 친구의 아버지가 해양연구소 연구원이라 나는 오래전부터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품었던 감정도 경외심이었던 듯하다. 모듈러주택 가격 우리가 사는 곳인 땅에서 벗어난 해양, 파도, 남극, 북극 같은 말들은 얼마나 경이로운지! 내가 비록 과학 덕후는 아니지만 그래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땀을 흘리며 연구소를 찍던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극지연구소에서 내가 만나기로 한 이는 남극 장보고기지에 대장으로 다녀온 적이 있는 극지 연구원 유규철씨다. 그에게 “본인의 직업을 남들 새마을금고 비과세 예금 에게 뭐라고 소개합니까?”라고 물었다. 첫번째 정체성은 학자였다. 남극의 과거 기후 환경 변화를 연구하는 고(古)해양학자이자 기후학자. 소설가의 일과도 비슷하다고 했다.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남극에는 고대의 기후 환경을 추론할 수 있는 것들이 보존되어 있는데 그걸 바탕으로 기후 환경을 재해석한다. 무엇보다 “10만년 전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원피스 진행상황 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는 현재 연구소에서 ‘극지연구소 빙하지권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월요일 오전 10시마다 진행하는 회의가 아니라면 연구원들은 각자의 연구실에서 지낸다. 월요일 회의에서는 연구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실험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며 주요 의제를 공유한다. 혹시 주제가 겹친다면 조정을 해야 하므로 중요한 시간이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로우나 일주일에 40시간을 채워야 한다. 주 5일 근무이므로 하루에 8시간 정도.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가 점심시간인데 그는 피엠(PM, Project Manager)이므로 팀원들의 유대감을 다지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하루에 통근하는 길은 편도로 65㎞. 송도 연구소에서 저녁 7시에 출발해 경기도 파주 집에 도착하면 저녁 8시 반 정도가 된다.
“사계절의 흐름 안에서 말씀해주신다면요?”라고 물은 것은 그가 1년에 한번 정도 남극으로 연구하기 위해 떠난다는 것을 들어서였다. 그는 1월부터 3월까지 남극에 출장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의 남극이 여름이라서다. 기후 지질 연구 특성상 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겨울이라면 배를 띄울 수 없다. 주로 로스해로 나가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에 승선해 해저에 있는 퇴적물을 채취한다. 채취된 시료를 연구소로 보내 과거 남극의 환경이 어떠했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한다.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의 업무는 본인이 담당하는 지역과 대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과 북극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소인데요. 북극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보통 8월부터 9월까지 북극해로 출장을 가고, 남극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남반구의 여름인 12월부터 3월까지 남극으로 출장을 갑니다. 남북극을 동시에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한해의 3분의 1 이상을 극지에서 보내기도 합니다.”



남극 바다 밑에서 해저 퇴적물을 시추하는 작업의 모습이다. 왼쪽은 점보 피스톤 시추기이고, 오른쪽은 중력 시추기이다. 유규철 제공


그는 월동 대장 공모에 지원해 2019년에 장보고기지의 대장으로 1년간 일하기도 했다. 다시 대장 공모에 지원해 남극에 갈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은퇴가 점점 다가오며 생각이 분명해지고 있는데, 세종기지의 대장으로 마지막 월동을 하며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세종기지는 연수 학생 신분이었던 그가 처음 접한 남극이다.
한국이 남극에 운영하는 기지는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 두곳인데, 장보고기지를 세움으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열번째로 남극에 상주 기지를 2개 이상 운영하는 나라가 되었다. 세종기지는 남극치고 따뜻해서 지내기는 좋으나, 기후가 추울수록 고(古)해양과 고(古)기후에 대해 연구할 표본이 풍부해지기에 기지로서 제약이 있었다. 세종기지는 남미 아래 남위 62도의 남셰틀랜드 군도에 위치하고, 장보고기지는 약 남위 74도에 위치해 내륙 남극점과 상대적으로 가깝다.
장보고기지의 적정 수용 인원은 80명, 최대 수용 인원은 100명이다. 장보고기지의 대원은 하계 대원과 월동 대원으로 나뉜다. 하계 대원은 기지 근처에서 다양한 관측, 시료 채취 및 대륙 탐사 등을 위해 하계 기간에만 상주하는 대원(주로 연구원)인데 그들이 떠나면 18명의 월동 대원만 남는다. 빙하학, 해양학, 지구물리학, 생명공학, 우주천문학, 원격탐사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이 기지에서 이루어진다.
세종기지는 1년 내내 항공편으로 신선식품을 보급받을 수 있지만 장보고기지는 11월부터 3월 초까지를 제외하면 보급이 중단된다. 채소나 과일을 먹을 수 없고, 냉동이나 통조림으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연구보다도 음식일 수 있겠다 싶었다. 일단 생존해야 연구를 할 수 있지 않나? 남극의 한정된 식생활을 떠올려보니 아이슬란드에 다녀왔던 사람들로부터 물가가 너무 비싸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생각났다. 아이슬란드는 자급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대다수 식재료를 비행기로 운송해 먹는다는 것이었다. 남극은 아이슬란드보다 더 동토다. 동토를 사전에서 찾으면 이런 정의가 있다. “인간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하여 사상이나 행동이 부자유스러운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말을 남극에 대입해보면 비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온 땅이 얼어버리는 그곳에서는 인간의 자유가 억압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머물러야 하므로.
이런 상황이니 그가 대장일 때 유일한 업적으로 손꼽는 게 ‘콩나물 기르기’였다는 것은 겸손도 아니요 농담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업적이었을 것이다. 콩나물이 없었다면 남극에서는 채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거의 먹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콩나물은 아무 때나 물을 준다고 자라는 게 아니다. 일단 씻은 콩에 3시간마다 물을 주면서 동시에 물을 빼줘야 한다. 대장실 옆 화장실을 원래의 용도로 쓰지 않고 콩나물 키우는 장소로 지정해 잘 때를 제외하고는 3시간마다 물을 주었다. 이렇게 기른 콩나물은 콩나물국과 비빔밥과 라면에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극지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아니, 그전에 어떻게 해양학이라는 전공을 만나게 되었을까? 전공은 해양공학이다. 공학 중에서도 해양을 택한 것은 “특이한 게 좋아서”였다.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바다가 좋았고, 해양공학이 뭘까라는 호기심도 있었다. 당시는 해양학과 다닌다고 하면 ‘마도로스야?’ 하던 시절이었다. 해양수산부도 없던 시기, 그는 해양학이 자신만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첫 남극의 기억은 강렬했다. 미국을 거쳐 남미의 칠레를 통과해 남극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파도가 5m 이상 치는, 험난하기로 유명한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야 했다. 뱃멀미가 심해서 사흘간 침대에 누워 오렌지주스와 사과로 연명했다. 그렇게 누워서 도착한 남극은 이루 말하지 못할 감동을 주었다. 파도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파도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빙원에 둘러싸인 섬들을 보면서 남극에 왔다는 실감을 했다. 그의 인생에서 무척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올해도 남극에 가시나요?”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원래는 1년에 2개월씩 남극에 연구하러 갔었는데 격년으로 가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국에는 기초 연구를 담당하는 정부 출연 연구소가 30개 정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극지연구소다. 기초 연구 예산이 삭감되면서 극지연구소의 예산도 30% 삭감되었고, 그 여파로 매년이 아닌 격년에 한번 가게 되었다고 한다. 날마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를 실감하는 이 상황에 증액이 아닌 삭감이라니… 당황스러웠다.
극지에서의 연구가 축소됨으로써 우려되는 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후 온난 위기는 그냥 위기가 아니라 ‘기후 전쟁’에 가깝다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안 국가 침수, 극심한 기상 변화, 생태계 파괴로 인한 멸종 위기, 식량 생산 감소 등 인류 생존에 위험한 시그널은 국가 간 ‘기후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세계적으로 연안 영토가 줄어들고 경작지가 황폐해지면, 좋은 땅과 강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극지에 대한 연구 투자에서 비롯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남극을 체감하고 계십니까?”
그는 장보고기지 주변에서 보는 빙하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 바다를 바라보는 쪽의 좌측에 있는 캠벨 빙하는 매년 볼 때마다 빙하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내륙 안쪽으로 후퇴되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고 했다. 내륙 안쪽 얼음으로부터 바다로까지 이어져 항상 웅장한 풍광을 자랑하는 게 캠벨 빙하였다. 세종기지 앞바다인 마리안 소만의 빙벽도 점차 후퇴하며 세종기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기지에서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자연이었다. 역시 인간은 자연이 가장 힘들다.
“극야 기간이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남극 여름철 백야 기간에는 소등과 암막으로 잠을 잘 수 있었지만, 극야 기간에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지 전체가 매일 우중충한 분위기로 바뀌고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잠을 못 자 활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우울해집니다. 저도 약 3주간 수면 불균형을 겪으며 고생한 경험이 있습니다. 심한 대원들은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배를 많이 탔는데도 뱃멀미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해의 하계 연구에서 5일 정도 남빙양을 건널 때가 특히 가장 고역이었다. 남빙양은 세계에서도 가장 험난한 바다 중 하나라니 오죽했을까. 나는 그가 또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 거친 바다를 건너가길 바라보았다. 포악한 바다에서 세차게 흔들리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점점 더 뜨거워지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니.



한은형 작가 l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해 장편소설 ‘거짓말’ ‘레이디 맥도날드’와 경장편소설 ‘서핑하는 정신’,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산문집 ‘밤은 부드러워, 마셔’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