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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1·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30조 원의 추가 재정 지출에도 정부가 1%를 밑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것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이전지출이 전체 추경의 40%를 넘어 긴급처방전의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정 여력도 사실상 전부 소진해 3차 추경 등 단기 부양책을 또다시 꺼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망대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1% 성장률 사수에 끝내 실패할 경우 세수 전망 동반 하향 등 내년 재정운용에도 일부 제약이 불가피할 것 금리비교사이트 뱅크하우스 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 역시 낮은 기저에 따른 기계적 반등에 가깝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GDP가 전년보다 0.9% 성장할 것”이라며 “하반기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 둔화 가능성이 있으나 추경 등 정책 효과 가시화로 소비 중심 성장세가 예상된 면책신청 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정된 경제전망에서 주요 지표별 증가율은 금융여건 완화 등에 따른 설비투자가 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추경과 그간 금리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는 민간소비(1.3%), 수출(0.2%), 건설투자(-8.2%) 순이었다. 이 중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비상 계엄 여파로) 올해 1분기 감소했던 민간소비가 6월 새정부 출범 서브프라임등급 이후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2분기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데 주목했다.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어렵게 되살린 내수 회복세가 확대·공고화될 수 있도록 경기·민생 활력 제고, 무역 환경 변화 대응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1월 전망 대비 8월 조정분은 △건설투자 -6.9%포인트 △수출 -1.3%포인트 △설비투자 -0.9%포인트 △민간소비 환산 -0.5%포인트 등으로 허니문 효과 덕을 본 민간소비가 그나마 선방한 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추경을 통한 내수 진작이 필요했다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전국민 1인당 15만~55만 원을 지급하는 일회성 소비쿠폰 위주의 추경 포트폴리오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자충수였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소비쿠폰 같은 이전지출의 재정승수는 0.2 무주택자전세 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해 13조 9000억 원(국비 12조 2000억 원, 지방비 1조 7000억 원)에 육박하는 소비쿠폰을 풀어도 GDP가 연간 2조 4400억 원(12조 2000억 원×0.2) 느는 데 그친다는 의미다. 고작해야 성장률을 연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셈이다.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한 것은 7월부터였으니 실제 효과는 그 반절 뿐이다.
동일한 액수를 재정승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부투자(0.65)에 연초 선제적으로 투입했다면 GDP가 7조 9300억 원 늘어난다. 정부투자는 도로나 항만, 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대표적이다. 소비쿠폰에 들어간 돈은 총 13조 7000억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과 맞먹는 규모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소비쿠폰 지급으로 생산 유발효과 88조 원, 취업 유발효과 53만 명의 가덕도신공항을 잃어 버린 것과 다르지 않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은 “소비쿠폰에 투입한 비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이라며 “소비는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투자는 지속 가능한 결과를 남긴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이 재정을 첨단 산업이나 전략 기업에 투자했다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십 년간 안정적인 소득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부연했다.
서울 집값 상승에 좌고우면하다가 1998년 외환위기(-13.2%) 이후 최악이라는 건설투자를 살릴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이 고갈된 가운데 뒤늦게 나온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도 당장 돈이 안 드는 ‘세컨드홈’ 세제 지원 확대와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상향 등에 기댈수밖에 없었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수성장세 회복의 관건은 건설경기의 저점 형성 및 반등 여부”라며 “ 정책차원에서 다각적인 건설경기 지원 대책이 강구되겠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 등에 우선하다보면 그 강도는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탓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도 제자리걸음에 만족해야 할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한미 관세 합의 이후 “올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5%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반도체 품목 관세 같은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일단 반영을 안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경기 인식이 안일한 데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 연말까지 남은 석달간의 초단기 경기 부양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작심한듯 올해 1월 중순부터 추경을 주문했지만 기재부는 본예산 신속 집행으로 충분히 경기 대응이 가능하다면서 버티다가 3월 말에서야 ‘필수 추경’ 추진을 공식화했다. 안일하게 판단하다가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낙 건설 경기가 빙하기라 0.9% 성장률조차 달성이 힘들 거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윤 차관보는 “3차 추경은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연내 내놓겠다는 민간투자 대상사업 확대 및 민간 참여유인 제고 방안 등을 제외하면 올 하반기 추진 과제 49건도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게 대다수다. 윤 차관보는 “대부분은 이 정부 5년 내내 추진해야 될 성장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봐달라”고 설명했다.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