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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궁중연회 때 꽃무늬 돗자리 위에서 혼자 추는 춤이 24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역동적인 칼군무로 변신했다. 이 춤은 바로 춘앵무. 조선시대 효명세자(1809~1830)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생신을 기념해 만든 궁중무용이다. 지극히 절제된 춤사위가 특징인 이 춤이, '절제의 미'는 살리되, 생동감 넘치는 안무로 새롭게 태어났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무용단 대표작 '일무'(佾舞) 전막 시연이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무대는 새 옷 입은 전통춤이 얼마나 '힙' 해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또 '기업은행 주식
옛 춤은 느리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말끔히 지워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70분간의 시연이 끝난 뒤에는 공연 관련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안호상 세중문화회관 사장, 정구호 연출, 안무가 정혜진·김성훈 등이 참석했다.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 무용을 현대적 감기본예탁금
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제사를 지낼 때 펼쳐진 기악·노래·무용을 일컫는다.
이 작품은 정구호, 안무가 정혜진·김성훈·김재덕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2022년 초연 당시, 50여 명의 출연진이 선보인 칼군무와 감각적인 무대 구성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23년에는 1800석 규모의 스탁시그널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올라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공연 역시 개막 한 달 전인 지난달 말, 전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정구호 연출(세종문화회관 제공)


"무사의 주황색 의상, 5배 큰 족두리…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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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연출은 '일무'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시한 부분으로 '임팩트 있는 장면'을 꼽았다. "관객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며 "공연 전체의 감동 못지않게,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가 관객 마음에 각인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정 연출은 강렬한 이미지 구현을 위해 "오방색을 그대로 쓰기보다 서브 컬러바다이야기꽁머니
를 활용해 색상에 깊이를 줬고, 1막 무사들의 의상은 주황색을 사용해 검무(劍舞)의 강렬함을 눌러줬다"고 설명했다.
머리 장식도 같은 이유에서 단순화했다고 했다. "춘앵무에서 보듯 관(冠)은 작으면 큰 무대에서 임택트를 줄 수 없다"며 "일반 족두리보다 5배나 크게 만들어 무대 위 무용수들의 존재감을 살리고, 동작의 섬세함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초연 이후 '일무'의 변화에 대해 정혜진 안무가는 "2023년에는 죽무(竹舞)가 추가됐고, 이후 죽무의 속도를 완전히 늦췄으며, 무용수 인원도 10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며 "올해 공연에서는 규칙성을 더욱 강화해 안무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맞췄다"고 말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중 2막 궁중무연구 모습(세종문화회관 제공)


"'일무'에서 드러난 K 여백의 미"
'일무'의 브랜드 앰버서더인 미국 출신 방송인 마크 테토는 지난 4일 열린 강연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미학과 일무'에서 "'일무'의 세 가지 미학은 여백, 여정, 절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혜진 안무가는 "우리 무대는 공간을 가득 채우지 않고 라인만 형성해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며 "춤이 한창 진행되다가도 어느 순간 확 비워서 동작이 사라지는 듯한 순간을 중간에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정구호 연출은 "그림과 서화 등 우리나라 전통 예술에서는 모든 것에 여백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며 "'일무'에서도 무용수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조를 통해 여백의 미를 구현했다"고 부연했다.
안호상 사장은 "'일무'가 요즘 대세로 떠오른 것 같다, 티켓 판매 등 관객 반응이 깜짝 놀랄 만큼 뜨겁다"며 "앞으로도 꼭 봐야 할 레퍼토리로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일무'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지역 관객을 위한 첫 순회공연도 진행된다. 8월 29일 강릉아트센터, 9월 4~5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일무' 공연 포스터(세종문화회관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