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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이루는 자는 복이 있다’는 성경 마태복음 구절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우리가 따르는 예수님은 평화의 담지자이고 또 성서는 기독교인들이 평화의 공동체로 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한국인은 지난 80년 (남북으로 갈려) 절망과 희망 속에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지도자로서 오늘날 절실한 한반도 평화의 길에 계속 헌신하겠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죠.”
지난 10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연합예배’에서 직접 설교를 한 제리 필레이 세계교회협 총무주식현재가
에게 설교 내용을 묻자 나온 말이다. 2013년 세계교회협 부산총회는 ‘한반도의 평화 없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는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 세계 교회가 매년 8월15일 직전 주일을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로 지키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광복 80년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 초청으로 지난 7일 방한한 정몽주테마주
필레이 총무는 서울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과 디엠제트 접경지역 방문, 이재명 대통령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12일 한국을 떠났다.
1948년 2차 대전 직후 폐허가 된 세상에서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평화와 정의를 향한 교회일치(에큐메니컬) 운동을 위해 개신교 교파들과 동방 정교회 성직자들이 네덜란드에서 창립한 세계교회협은 현재 세계사이다 릴게임
110여국의 349개 기독교 교파 교단이 속해 있다. 세계교회협 최고 지도자인 필레이 총무는 인도계 남아공 신학자이자 교회 역사가로 2022년에 8년 임기 총무에 선임되었다. 앞서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개혁교회 연합체인 세계개혁교회협의회(WCRC) 회장도 지냈다.
지난 11일 오전 엔시시케이 총무실에서 필레이 총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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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필레이 세계교회협의회 총무. 윤운식 선임기자


세계교회협은 1960년대 이후 한국 민주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했고 1980년대 들어선 한반도 평화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남북 교회가 처음 접촉한 1984년대형우량주
일본 도잔소 회의와 남북 교회가 처음 만난 1986년 스위스 글리온 회의 성사에 힘을 쏟았고 이런 노력은 1988년 한국 기독교계의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선언’(88선언)으로 이어졌다.
“평화는 정치적 게임이나 수사가 아닙니다. 삶의 어젠다(의제)입니다. 한국 정부가 평화 실현을 위해 통일로 가는 과정에 속도를 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북한 개신교 기관) 조선그리스도연맹(조그련)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반도가 신속하게 평화 국면을 맞아 분단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의 고통도 하루빨리 해소되었으면 합니다.” 이날 오후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필레이 총무가 하겠다는 말이다.
방한 전후 한국 기독교계 인사들과 한반도 평화 문제를 두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필레이 총무는 “남북 관계 진전 상황을 보면서 가까운 시일의 적절한 때 방북하겠다”고도 했다. “우리는 조그련과 대화 채널이 있습니다. 조그련은 지난해 성탄절과 올해 신년 인사도 우리 쪽에 보내왔습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 상황을 봐 제가 평양을 먼저 방문하고 이후 조그련과 엔시시케이 대표들이 평양이나 다른 장소에서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할 계획입니다.”
세계교회협은 ‘12·3 내란’ 이후 두차례 성명을 내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그는 “12·3 이후 한국 정치 상황을 매우 신중히 지켜보았다”면서 “(내란 이후) 시민들이 차분하게 평화 집회를 통해 민주 정부를 이뤄 가는 걸 보고 감탄했다”고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 시민들이 자신들의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한번 새로운 세상을 그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에 감탄했어요. 이 대통령도 시민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회 분열을 통합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12·3 내란’은 극우의 강력한 뒷배가 된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극명히 보여 주었다. “미국에서도 극우 개신교 현상이 한국처럼 나타납니다. 특히 부정적인 현상은 극우 개신교와 정치의 결탁이죠. 서로 활용하고 활용당합니다.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극우 개신교 세력이 영향력을 떨치면서 득세하는 문제가 있어요.”
극우 개신교 현상과 관련해 한국 교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한국 교회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는데요. 일치를 위해 대화를 새롭게 시작하면 어떨까요. 교회 간 일치를 이뤄 복음을 실현하는 게 성서의 뜻입니다. 흩어져 각자 의견으로 분리되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해 선을 이루는 데 그리스도인은 방점을 둬야 합니다. 우리는 흩어졌을 때보다 모였을 때 더 강력하고 또 그리스도 정신을 이어갈 힘을 갖게 됩니다.”
극우 개신교 현상에는 목사에게 질문하지 않는 평신도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신도는 목사의 그릇된 지도력에는 무조건 따르려 하지 말고, 스스로 성서를 보고 진리를 깨우치고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메시지가 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기독교 정신의 핵심은 뭘까? “사랑입니다. 아들을 보내 십자가에서 희생하게 한 하나님 마음이 바로 성서의 핵심 메시지를 사랑으로 만들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그리고 이웃 사랑이 바로 하나님 사랑이라는 게 성서의 핵심입니다. 지금 세계는 수많은 이견과 차이로 폭력과 갈등, 전쟁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사랑 없이 어떻게 일치를 이루겠어요. 이 맥락에서 볼 때 사랑은 바로 정의입니다. 나와 너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차원의 관계성으로 사랑은 드러날 것입니다.”
그가 취임한 2022년 시작한 러-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여기에 ‘가자 전쟁’까지 더해 세계는 갈수록 전쟁 위기에 짓눌리고 있다. 전쟁 종식을 위한 세계교회협의 노력을 묻자 그는 “평화를 이루는 것은 오직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각 지역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평화적 대화 중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덧붙였다.
“가장 슬픈 것은 전쟁과 폭력 중에 인간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제법을 어기면서 전쟁과 폭력을 자행하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게 대표적인 국제법 위반입니다. 사람들이 먹거나 입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상황은 국제 인권기준에 반합니다. 러시아가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도요. 전쟁 상황에서도 국제법은 지켜져야 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77년 전 세계교회협 탄생의 대의가 된 교회 일치라는 의제가 여전히 유효할까이다. 그의 답은 “절대적으로”다. “우리가 말하는 일치는 교회의 다양한 논의를 봉쇄하고 획일화하자는 게 아닙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 전쟁과 기후재난, 빈곤, 폭력 등으로 가슴 아픈 상황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여기서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길에 대한 일치를 말합니다. 사람을 포함해 모든 생명을 지켜내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뤄가는 데 대한 일치이죠.”
그는 “일치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면서 “최근엔 특히 젠더 이슈에서 각 지역이나 교단별로 온도차가 있다”고 했다. “일치를 이루는 데 수많은 대화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약자의 편에서 평화를 이루는 데 방점을 찍고 일치를 이루려고 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