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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앞으로도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2024년 5월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이렇게 다짐했던 국가인권위의 모습은 넉 달 만에 180도 바뀌었다. ‘성평등’이란 표현을 성소수자를 배제한 ‘양성평등’으로 바꿨고, 8년 동안 참여해오던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처음으로 불참했다. 2024년 9월 안창호 위원장이 취임하면서다. 안 위원장은 평소에도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가짜뉴스에 기반한 혐 카톡 오를 조장하던 인물이다.
그렇지만 15년 동안 성소수자 인권을 수호해온 인권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문제의식을 느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인권위 앨라이(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임’이 2025년 6월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차린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한 인권위 성차별·성소수자 전문관 최준석 성차별시정과 사 야근수당 시간 무관에게 인권위 내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2017년부터 매년 참여하다가 2025년 처음 불참했는데,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 찬성·반대 쪽에서 모두 행사 참여를 요청해왔는데 인권위가 어느 한쪽 편만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모두 참여하지 않겠다고 대 새김치 외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인권위 앨라이 모임' 자격으로 부스를 설치했는데, 인권위의 반대나 방해는 없었나.
“안 위원장의 지명과 청문회 등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권위 성소수자 관련 업무가 축소 내지는 폐지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직원이 많았다. ‘성차별·성소수자 전문관'인 나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구구소액 . 2024년 10월께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직원들이 ‘우리 이참에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공부라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공부 모임으로 앨라이 모임을 시작한 게 2025년 1월이었다.
그런데 막상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인권위가 참여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들려왔고 앨라이 모임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그럼 우리라도 참여하자’ ‘서울퀴어문화 저축은행사금융 축제에 인권위가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 취임 뒤 인권위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안 위원장이 한 토론회 좌장으로 초청하려는 교수의 이름에 연필로 두 줄을 그으면서 ‘이 사람은 편향됐으니 빼라’고 한 적이 있다. 해당 교수는 평소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문을 꽤 발표한 분이었다. 5월17일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데 인권위가 이날을 기념하는 위원장 성명을 내곤 했다. 그래서 2025년에도 위원장 성명 초안을 준비해서 갔으나 (안 위원장이) 며칠을 ‘검토해보자’고 하더니 결국 마지막 날에야 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2024년 업무계획 작성 때도 성소수자 관련 업무 하나를 축소하라든가, 업무계획 중에 있는 ‘성평등'이란 표현을 ‘양성평등'으로 바꾸라든가 하는 요구가 있었는데, 실무자가 반대의견을 피력해 무산시킨 일도 있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 조사에서, 안 위원장이 직원에게 성적지향을 물어봤다는 제보도 있었다.
“나도 당사자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안 위원장은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에이즈, A형 간염 같은 질병이 확산된다'고 했는데, 동성애가 합법화할 수 있는 사안인가? 누구를 사랑하는 것이 법으로 규율할 문제인가? 법률가, 그것도 헌법재판관 출신이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반동성애 진영의 어떤 교수도 그런 표현을 썼다. 이게 ‘그쪽’ 진영의 공통적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위가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인권위가 그동안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해서 입법 권고, 인구 통계 반영 권고, 성전환증 비병리화 등도 권고했고, 성별 정정과 관련해 인권침해가 없도록 대법원 예규를 개정하라는 권고도 했다. 201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인권위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성소수자 인권 의제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당사자나 지원단체의 협력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좀더 힘을 쏟았으면 한다. 외국은 정부 차원의 성소수자 인권증진 행동계획을 만드는데, 우리는 성소수자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겨레21 등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하는 목사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가짜뉴스 등이 있다. 안 위원장도 내게 이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언론사에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팩트체크를 해주면 좋겠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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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태 기자 chai@hani.co.k